'페르소나' 아이유가 던진 '이지은'이란 변화구 (종합)

입력 2019-03-27 14:53   수정 2019-03-27 17:0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
기획자 윤종신 "'페르소나' 시리즈물 나올 것"
임필성·전고운·김종관 감독 "이지은은 용감한 사람, 영감 많이 받아"
이지은 "넷플릭스 통해 기한 없이 선보여…행운"



가수와 배우 사이 줄타기를 가장 잘 하는 20대 연예인은 바로 아이유다. 그는 배우로 활동할 때 ‘이지은’이라는 본명을 쓴다. 데뷔 11년차에 접어든 그는 아이유와 이지은을 오가며 매번 새로운 색깔로 대중을 찾는다. 음악으로든, 연기로든.

지난해 ‘나의 아저씨’로 연기 호평을 받은 이지은은 이번엔 변화구를 던졌다. 네 명의 감독이 본 네 가지 색깔의 이지은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를 통해 영화 데뷔를 하게된 것.

'페르소나'는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윤종신이 기획한 단편영화 묶음이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창작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미스틱스토리'로 사명을 바꾼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4명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러브 세트', '썩지 않게 아주 오래', '키스가 죄', '밤을 걷다'라는 제목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2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아이유는 “영화를 촬영한 지 꽤 오래되어 어떨떨한 기분”이라며 “밤 잠을 설칠 정도로 두근 거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영화 데뷔작을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이게 된 것에 아이유는 “일반적으로 단편 영화는 스크린에 올라가지 않는 작품이 훨씬 많다고 한다. 넷플릭스라는 좋은 플랫폼을 만나 영화 데뷔작이 오래오래 기한 없이 대중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솔직히 처음에 ‘페르소나’를 수락할 때만 해도 제작발표회를 할 정도로 큰 판이 될 줄은 몰랐다. 단편 4편을 찍으니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플랫폼이 넷플릭스도 아니었고 스코어를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신선하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윤종신은 아이유의 캐스팅에 대해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그는 “'노래는 이야기'라는 것이 제 철학이다. 가만히 보면 영화, 광고, 드라마도 다 이야기다. 감독들의 단편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런데 노출되는 플랫폼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장편보다 단편일 때 감독의 창의력이 더 투영되는데 분명히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지 고심하다 조형철 대표가 과거 아이유와 작업한 경험이 있어 물어보겠다고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지은이 캐스팅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이지은은 전혀 우리들의 물망에 없었다. 그가 과연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아이콘’은 새로운 것을 하면 잃을 게 많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깰 필요 없지 않나. 하지만 이지은은 과감하게 허락했고, 감독들도 ‘진짜요?’라며 좋아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네 명의 감독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단연 ‘이지은’을 꼽았다.

임필성 감독은 "윤종신과 '전체관람가'라는 프로젝트에서 처음 뵀다. 뮤직비디오도 함께 작업했었던 터라 재밌는 이야기 구현해보자고 상의했다. 사실 이지은이 참여해준 것이 감독들에게 컸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진짜 할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지은은 뮤지션을 뛰어 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저씨’ 등의 드라마에서 영화적 연기 포텐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90년대생의 좋은 배우들이 많지만 아이유와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자신의 영역을 이뤄놓은 한 아티스트와 콜라보 하는 것은 큰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전고은 감독은 "지난해 '소공녀' 개봉 후 휴식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페르소나’ 측이 저의 구직활동을 도와주셨다. 솔직히 처음엔 너무 부담스럽더라. 선배, 동료 감독님들과 이지은이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고민을 좀 오래 했다”고 털어놨다.

전 감독이 본 이지은은 ‘용감한 사람’이다. “제가 이지은이라면 이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떤 감독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본도 없는데 먼저 깃발을 꼽으신 것”이라며 “저는 검증이 안된 신인 감독인데도 ‘오케이’ 해주시고 시나리오에도 제약이 없어서 이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에 대한 호감과 프로젝트에 대한 매력을 느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고 연기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좋았다. 매번 큰 힘으로 연기해줘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칭찬했다.

윤종신은 이지은의 ‘페르소나’가 첫 선을 보이기도 전에 다음 시리즈를 기약했다. “앞으로 ‘페르소나’ 시리즈는 계속될 것 같다. 이지은 편이 첫 시리즈인 것”이라며 “배우가 정해지고 감독을 섭외하는 방법이 있고, 감독과 만나다 특정 배우를 섭외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윤종신은 “여러 상황 때문에 창작물이 마모되고 보편화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페르소나’처럼 분량이 짧은 시리즈는 감독에 전권을 드려도 충분한 서포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그 정도로 (성공을)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시도 중에 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영화, 가요계는 굉장히 견고하고 보수성이 있다. 그 방법 만으로는 뚫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는 배우와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열린 감독들을 만났다.

◆ '러브 세트' vs '썩지 않게 아주 오래' vs '키스가 죄' vs '밤을 걷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는 테니스 코트 위 두 여자의 불꽃 튀는 승부를 담은 작품이다. 아빠의 애인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딸 이지은과 호락호락하지 않은 아빠의 애인 배두나가 호흡을 맞췄다.

스케줄 상 행사에 불참한 이경미 감독 대신 윤종신과 아이유가 영화를 소개했다. 윤종신은 "정의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이지은의 모든 감정이 들어가 있다. '분함'이 99%다. 배우 이지은의 처음 보는 표정을 봤다. 저는 그 표정이 되게 짠했다. 단편이고 이미지적인 것이 있어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또 이지은과 배두나의 숨 쉴 수 없는 연기 대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자아냈다.

이지은은 "이 작품에서 다혈질 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역할을 맡았다. 제게 없는 모습 중 하나가 분노를 터트리는 거다. 저도 사람이라 화는 나지만 터트리진 않아왔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어려웠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과 스태프들이 그 감정이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 테니스를 배운 이지은은 “사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테니스를 힘들게 치다 보니 화가 저절로 났다. 테니스를 배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뭐든지 도전할 때 ‘힘들어도 하면 될 거야’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11년 만에 처음으로 '이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배두나 선배님이 연습하는걸 봤다. 단숨에 반했다. 심지어 저보다 연습 횟수도 적으신데 운동신경이 너무 좋으셔서, 정말 잘 치시더라.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탁월한 연출력으로 주목 받아 온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모든 걸 바칠 만큼 매혹적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유분방한 여자 이지은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 때문에 애태우는 박해수가 신선한 케미를 선보인다.

임 감독은 "실제로 있으면 큰일 나는 이야기다”라며 “아이유의 '잼잼'이라는 노래에서 영감 받은 스토리다. 두 남녀의 도발적인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이지은은 "가장 어려웠던 역할이다. 독특하고 자유분방하다.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다. 여기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키스마크 때문에 아빠한테 머리카락이 잘린 채 집에 갇힌 친구를 구출하는 엉뚱 발랄한 여고생 이지은의 모습을 담았다. 공개된 스틸 속 체육복 차림의 이지은은 친구를 위해 꼰대 친구 아빠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씩씩한 여고생으로 완벽 변신했다.

전 감독은 "이지은에 누가 되지 않는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 대중 매체에서 여고생을 다룰 때 교복을 입는데, 저는 학교 다닐 때 주로 체육복을 입었다. 씩씩하고 재밌는 친구들이 그립기도 했고 이지은은 그 나이 때 일을 하느라 못 놀았을 것 같아서 그런 걸 자연스럽게 영화로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은 "전 감독님 촬영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 현장서 만들어지는 것도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심달기 배우와 독특한 훈련을 했다. 마주 보고 말을 하면서 상대의 상태를 읽어내는 것 말이다. 그런 식으로 연기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이지은을 만나지 못하고 썼지만, 저 처럼 체구도 작고, 똑똑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정의롭기도 하고. 왠지 저랑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사랑했던 친구들을 괴롭히던 폭력적인 아버지들을 혼내주고 싶었는데 이지은이 저의 로망을 채워주게 됐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밤을 걷다'는 이별한 연인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밤 산책을 다룬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이지은은 한 남자의 꿈에 나타난 옛 연인을 연기한다.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제가 본 이지은은 굉장히 차분하고 나른했다. 강한 삶을 사는 사람의 쓸쓸함이 보였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그런 모습을 녹여보고자 했다. ‘밤을 걷다’는 연인의 이야기지만 연애 감정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중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은 "가장 먼저 촬영하고 시나리오도 가장 먼저 받았다. 요즘 만나기 힘든 습기가 전혀 없고 쾌적한 여름 밤 3일 정도 거리를 거닐며 촬영했는데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밌었던 점은 이지은도, 제작사인 미스틱도 ‘지양점’을 이야기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면서 “창작자에게 포지션을 많이 주고 그 판에서 우리를 놀게 해 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페르소나'는 오는 4월 5일 넷플릭스을 통해 전세계 190여국에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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